제작사/타이틀 : KEY / planetarian ~ちいさなほしのゆめ~
발매일 : 04.11.29
장르 : 키네틱 노벨
원화: 코마츠 에지
시나리오:스즈모토 유이치
* 네타 없음
인간의 모습이든 인간 사이즈의 원주형 깡통이든, 호시노 유메미는 어디까지나 로봇이기에 그에게 인간이 가지는 인격이란 없어야 하고 태어날 리도 없다. 그의 언행, 행동, 사상. 모두는 알고리즘에 의해 프로그램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그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벽을 보고 말하는 것처럼 아주 무의미한 일은 아니다. 그는 사람의 말을 아날로그 신호로 인식하고 입력으로 받아들이며 변환된 디지털 신호의 일련의 피드백을 거쳐 출력이 보장되는 흥미로운 기계이며, 오히려 긍정적 인간성이 사라진 세계에서 더 유용하고 용이한 대화의 방식은 그러한 단순한 반복성의 메커니즘일수도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원하든 원치 않든 주인공에게는 유메미라는 염가판 안드로이드가 절실히 필요했고, 결과적으로는 이전이었다면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의 조각에 불과했을 체험들이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서 주인공에게는 금단의 과실을 따다 먹은 마냥 아주 신선하게 다가온 모양이다. 표면적으로는 주인공과 유메미의 상호 소통이 이루어지는 듯 보이지만, 주인공이 유메미와 지내게 되는 며칠간의 시간동안 일어나는 일들은 서로간의 교류로 이어진 시간인가? 교류는 있었지만, 나는 주인공과 주인공간의 교류는 있었고, 주인공과 그간의 교류가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그는 그저 로봇이고, 단지 거기에 있을 뿐이다. 주인공은 단지 유메미라는 아주 우연한 계기,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변화를 자각해가고, 유메미는 자신의 마음 속에 특정한 이미지로서 각인했을 뿐이다. 어쩌면 주인공이 처음 만난 유메미는 히노우에 이타루가 그린 유메미였지만 작중 마지막 시점에 이르러서는 코마츠 에지가 그린 유메미로 미화되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든 이는 일방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유메미의 마음이라고 할 만한 막연한 무언가는 늘 주인공의 마음의 근처에 있었다고 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가 유메미와 접하며 찾아낸 가치들이나 플레이어가 작중에서 접하는 다양한 상징들의 해석의 결과물들은 제법 플레이어의 마음을 움직일만 한 힘이 있다. 이에 대해서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어지는 뒷 이야기가 조금만 더 있었어도 좋았으련만, 작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는 기회를 주었는데, 뭐, 나쁘진 않다.
그보다는, 본작은 마에다 준이 손을 대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더라도 KEY의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데, 작가 편의주의적인 소재와 전개가 플라네타리안의 아주 짧고 한정된 분량으로 쓰여져야 한다는 목표와 맞물려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장치를 어느 정도 마련을 해 두어서 아주 개연성이 없이 황당한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고, KEY의 시나리오라이터들은 자신들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에 단점을 장점으로 포장하는 능력, 문장의 힘과 온갖 연출을 동원해서 단점을 뒤집어버리는 기교를 충분히 단련했으므로, 작품을 즐기는 마음으로 읽어나간다면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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