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꼬리 자르기 ~잘리지 않은 꼬리~
제작사/타이틀 : CYCLET / 蜥蜴の尻尾切り 切れないしっぽ
발매일 : 16.01.29
장르 : 순애, 나키게
원화: 시이자키 히나키
시나리오: 사미다레 다루마
* 네타 있음
뻔한 결말에 대한 예측 가능이 꼭 작품의 감상을 흐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결말이 어떠한 형태의 종말이나 개인의 죽음에 관련된다면 그러한 작품들은 결말 그 자체보다는 결말으로 향하는 과정이 더욱 더 부각된다. 제한된 시간만큼 제한된 분량으로 많은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고, 또한 그 과정에는 부정적인 인간성이든 긍정적인 인간성이든 독자의 마음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장치는 누구도 깨닫지 못 하도록, 인위적인 것이 아니어야 하며, 작가와 작중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가장 잘 구현된 작품을 하나만 꼽아보자면 드러나는 형태가 없는 미지의 공포에 대답하는 최후의 긍정적 인간성을 인물과 배경, 텍스트를 통해 잘 표현한 そして明日の世界より(etude) 같은 작품을 좋은 예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본작 또한 한 쌍의 죽음을 다룬다는 면에서 여타 나키게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그래픽적 표현의 과감성 하나만큼은 상업성을 포기하고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Cyc라는 브랜드만이 구현할 수 있었던 특유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병세의 진행은 추악함을 드러내는 그래픽적 표현, 섹스라는 표현 매체를 통해 점차 강화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비극적 현실에서의 역설적 행복을 교차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점차 줄어가는 대사와 늘어가는 불연속적 상념에 개연성을 부과하는 효과적인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H신이 존재치 않게끔 잘 구성했다.
물론 지나친 이상주의적 행복과 죽음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텍스트적으로 그러한 뉘앙스는 계속 풍기지만, 계속해서 교차되는 과거와 현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긍정적 자기합리는 현재의 행복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려 한다기 보다는 죽음 앞에서 정신적인 행복과 현실적인 욕망이라는 가치를 놓고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인간 내면의 나약함이 내비친다. 결국 욕망을 향한 일탈은 마지막 힘을 짜 내어 소박한 희망을 그리는 꿈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이내 그것은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가치임을 인식하며 눈 앞의 현실로 되돌아온다. 저울질할 기력조차 잃은 마지막 순간은 행복을 그리는 것인지, 비극을 그리는 것인지 오묘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최후의 순간에 극적으로 내비치는 본능적인 인간미는 그 순간만큼은 허락된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추악한 감정일 뿐인 것인가? 본작의 시도는 그러한 에로스적 물음의 제시이며, 한편으로는 이러한 장면을 통해 감상의 극대화를 노린다.
다만, 텍스트 게임이니만큼 좀 더 텍스트의 살을 붙였으면 멋진 게임이 되었을텐데, 생각하고 싶었던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구체적인 텍스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비약에 따르는 자의적 해석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본 감상도 어찌 보면 비약이 심한 제멋대로의 해석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니만큼 양적, 질적으로 풍부한 문장을 통해 충분히 감성을 적시고 싶었지만, 본작은 안타깝게도 그런 환경을 제공하지는 못 했으며 최고의 나키게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었음에도 평범한 작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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