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곁에서 사랑하고 있어! / 가족애
제작사/타이틀 : Alcot Honeycomb / キミのとなりで恋してる! + キミのとなりで恋してる!-THE RESPECTIVE HAPPINESS-(토나코이+토나코이 RAPE)
* 설정 일부 네타 있음
주인공(Hero)
영웅이라고 하는 단어의 어감은 대단히 거창하게 느껴진다.
사전적 의미로는 광활한 영토를 정복한 정복왕이라거나, 구국의 인물이라거나, 문화적으로 세계적인 위업을 달성했다거나, 자신의 몸을 바쳐서 타인의 목숨을 구했다거나 하는, 보통 사람들은가지고 있지 않은 용기나 재능을 바탕으로, 생각하기도 실천하기도 어려운 기적과 같은 일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통칭하는 단어이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문학의 영역에서는 영웅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 거창한 요소가 아니게 된다. 신의 영역에서 조금씩 내려온 영웅은 이제는 주인공(Hero)이라는 독자들에게 친근한 소재가 되었으며, 이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에로게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영웅(Hero)
본작의 세키야 아키토라고 하는 주인공은 에로게 주인공으로서는 조금 독특한 면이있다.
연애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녀의 남자친구로서, 시나리오게에서는 서사를 이끄는 중심적인 인물로서, 전기물에서는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거나 자신의 한계를 딛고 점차 성장하는 인물로서, 비록 반 주인공(Anti-Hero)의 형태로 나타날지라도 주인공은 서술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비중적으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인 경우가 일반적인데, 토나코이의 주인공은 전혀 그런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핏보기에는 각 히로인 루트를 통해 중심 인물로서의 주인공상을 드러내는 것도 같았지만, 끝까지 플레이해 보니 이는 곁가지의 이야기들일 뿐이었으며 주인공은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으로 남은 채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세키야 아키토라는 인물은 실로 '빛을 잃어버린' 인물이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반짝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아키토와 나란히 걷고 싶었고, 누군가는 아키토가 자신의 곁에 있었으면 했고, 누군가는 아키토를 파트너로 맞이하고 싶었고, 누군가는 아키토를 넘어서고자 했으며, 누군가는 아키토가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원했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형태의 소망들이 그의 어깨에 걸린다.선택지에 따라 다르지만 그는 모든 요구를 정중하게 받아들이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에 불과했던 그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 명의 청춘으로,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미생으로, 토나코이의 진정한 주인공들로서 거듭나게 된다. 세키야 아키토는 주인공의 자리에서 내려오며, 세키야 메구미를 비롯한 아키토를 우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이들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이는 토나코이가 보여주는 가족애의 가치에 근거하면 부모와 자식간의 세대교체를 의미하기도 하며, 아키토가 왜 빛이 바랜 인물로 남겨지는지에 대해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모두의 '영웅' 이었으니까.
부모(Hero)
어떤 분들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예외일지도 모르겠지만, 영웅은 늘 우리의 곁에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했었다. 우리들에게 있어서부모라는 존재는 존경의 대상이자 자애, 헌신, 사랑 등의 가치를 지니는 상징성을 띠는데, 아키토가 재능이 충분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어느 루트에서도 히로인 및 주변 인물들보다 돋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후일담(프로필뷰어)에서도 그저 히로인을 지지하는 평범한 인물로 남는 것, 스스로의 가치를 희생해서 주변 인물들(자기 자식들)의 발전을 돕는다는, 아키토가 보여주는 이러한 면모들은 부모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굳이 메구미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작품 전체적으로 가족애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연애 시뮬레이션이 가족애를 표현하는 작품으로 승화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주인공과 주제성의 연결 또한 중요한 포인트지만, 주변 인물들이 부모 자식간의 오해를 풀고 화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는 것, 이 또한 아키토의 지지에서 비롯된다는 점 (부모-자식-정신적 부모라는 상호교류의 시스템) 또한 흥미롭게 주목해볼 점이다. 어느 정도는 의도적인 구성이라는 것이 내비치기도 하지만, 그 주제성을 더욱 조밀하게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름 괜찮은 시도로 보였다.
한편, 오르골의 오너 캐릭터라도 해도 좋을 아키토의 여동생 세키야 메구미에 대한 애정은 더할 나위 없이 각별한데, 그녀의 이야기는 본작이 꿰뚫고 있는 가족애의 정수이자, 그녀가 왜 토나코이의 眞주인공인지, 왜 본작이 남매애가 아니라 가족애를 그려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P.S) 아마 메구미 공략이 가능했다면 토나코이는 가족애와 주변 인물들의 성장이라는 유의미한 주제성을 보여주지 못 했을 뿐더러 개인적으로도 오르골씨가 그냥 평범하게 여동생 좋아하는 시나리오라이터라는 생각을 안고 갔겠지만, 본작을 계기로 오르골씨는 여동생을 사랑하는 시나리오라이터이자, 앞으로도 여동생 캐릭터가 주가 되는 작품의 시나리오를쓴다면 꼭 플레이해 볼 용의가 있는 여동생계의 신급 시나리오라이터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토나코이Respective Happiness
주제에 대한 감상적 얘기만 늘어놨지만.. 토나코이는 가볍게 즐길만 한 작품으로 추천할만도 하다.
캐러 디자인 및 원화는 말할것도 없고, 문장 템포도 적절하고, 내용이 그리 무겁지도 않고,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꽤나 넓은 인물 풀을 자랑하며 주인공, 히로인, 서브캐러들 및 단역들까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 각자의 행복상 및 그 성취(Respective Happiness)를 보여준 인상깊은 작품. 그런 의미에서 보면 타이틀 명은 정말 잘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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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뷰어에서 플레이어의 음란마귀를 자극하는 내용(주로 서브 인물 소개란에서)을 한껏 집어넣어놓은걸 보면 오르골씨가 본편에서 속물적인 내용을 못 쓰다 보니까 쌓인게 많긴 많았나 하는 낌이 들더군요.
아무튼 프로필 뷰어에 나와있는 내용들은 소소한 재미가 있으니까 전부 읽어보시는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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