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타이틀 :CYCLET / 蜥蜴の尻尾切り (도마뱀 꼬리 자르기)

발매일 : 15.11.27

장르 : 고어순애

 

 

* 네타 없음

 

 

 

에로게서로서의 고어 에로게

 

에로게는 각 제작사나 작품에 따라 지향하는 형태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애정을 소재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일반적인 캐러게나 누키게는 말 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것이고전기물이나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의 경우에도 에로게로서 합격점을 받기 위해서는 그러한 요소는 작품 근간에 자리잡고 있어야 합니다고어 에로게의 경우에는 스탭롤이 오르고 돌아봤을 때 작품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는 온데간데 없고 고어틱한 씬들만이 기억에 남았다고 하면 그건 실패작이라고 보는데고어 장르 특유의 잔혹성이나 분위기를 좋아하는 하드코어한 유저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고어 장르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성이라는 것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기억에 남아야 하지결과로 남아버리면 어쨌든 개인적으로 바라던 작품은 아닌게 되니까요

 

그래서 고어 에로게 또한 에로게의 한 장르로서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어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라는 소재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주제 사이의 긴밀한 연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그런 관점에서 살펴볼 때 잘 만들었다고 할 만한 작품들은 상당히 드뭅니다잘 만든(?) 작품들의 예로는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사야의 노래나 유포리아독특한 실험을 했던 당신과 그녀와 그녀의 사랑, 막장성 하나만큼은 확실한 스쿨데이즈그 외에는 블랙사이크의 작품들이 있겠네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사이클렛의 도마뱀 꼬리 자르기는 위에 언급한 고어게 명작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좋은 작품이 될만한 가능성을 보여준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괜찮은 점수를 주고픈 작품이었습니다

 

 

주제에 대한 집착이 부르는 구성적 허점

 

 

우선, 본작은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몇 가지 단점 또한 보입니다첫번째로다소 억지스런 사건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인식하지 못 할 정도거나 이야기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설정의 오류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겠지만본작의 경우에는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한그리고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강제로 이끌어내기 위한 편의적 의도가 다분히 보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작품의 감상을 해치는 마이너스 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다음으로인물 설정 또한 본작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공략 가능 히로인은 3명이고 각 히로인의 이야기는 준비되어 있지만 본작의 가치는 주인공과 메인 히로인간의 사건과 주인공의 심리를 다루는데 있기에나머지 3명의 히로인들은 플롯을 위해 희생될 뿐 각자의 개성을 루트 상에서 어필하기에 까지는 이르지 못 한다는 한계를 보여줍니다캐러에 중점을 두는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비단 캐러게가 아니더라도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한 단계 높이는 좋은 수단이 될 수가 있기에 작위성이 강한몰개성한 캐릭터를 내세우는 본작은 구성적으로 상당히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인물들간의 평범한 이야기

 

물론 그러한 인물 설정이 본작을 3류 고어게로 만들 정도는 아니고전작에 비해 오히려 낫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사이클렛의 전작인 태작의 주제는 '괴물들의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인 등장 인물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일반인의 이해를 넘어서는 영역에 있고 그표현 또한 상당히 과격한 면이 있습니다그러한 면은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사이클렛의 작품 역량은 그 캐릭터들의 개성을 의미 있는 주제로까지 확장하는데 까지는 미치지 못 하기에오히려 무의미한 내용들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을 작중 내내 떨치지 못 했었죠. 본작도 태작과 거리가 먼 작품은 아니지만 최소한등장인물들은 각자가 어떠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 뿐이지 일상 자체가 반인륜적인 전작과 비교해보면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어서 깊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공감대는 느낄 수 있으며표현적인 면에서도 난잡한 소재들을 '절단'이라는 한 가지 수단으로 통합하고 시나리오에 집중한 부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와 주제를 강조하는 효과적인 서술방식

 

본작이 제시하는 메세지는 고상하지도 않고 희망적이지도 않다는 점에서 전작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주제를 전달하는 이야기의 서술 방식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인물들간의 엇나간 애정의 결말을 비극적으로 그려내는 부분이라든가굉장히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퀄리티 있는 광기의 묘사라든가그런 요소 하나하나를 능숙하게 주제와 묶어내는게 인상깊었달까요작품 내에 존재하는 단점들을 감안하면서도 본작을 괜찮은 작품이라 평할 수 있는 이유는 플롯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스포방지를 위해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타이틀 명이나 '꼬리가 재생되지 않는 도마뱀이 있다그러면 재생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라는 주인공이 읊고 다니는 영문 모를 추론이 그 힌트가 될겁니다.

 

 

추천하지는 않는 게임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플레이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사이클렛의 게임들은 일반인에게 꼭 해보라고 추천할건 못 되는데, 내용이 괜찮은 고어게 명작들도 플레이를 꺼리는 분들이 많습니다그런 작품들은 적어도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넌지시 던져주기라도 하지사이클렛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구제가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그 고어성 자체로도 꺼려지는데결말마저 우울하다면 요즘 시대에는 환영받지 못 할 작품임은 분명하죠전작도 그렇지만,추천하지도추천받지도 맙시다다만장르에 순애라고 적어놓은 이유는 N차원의 순애적 감성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배려입니다세상에는 이런 순애도 있습니다. (아마도)

 

 

* 개인적인 추천 공략 순서 : 카나우 ED1 - (마나카 ED2 or 치아키 ED2) - 치아키 ED1 - 마나카 ED1 - 카나우 E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