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타이틀 : Aino+Links / 創作彼女の恋愛公式

 

평점 : 2/10

 

* Pros & Cons

 

+ 아름다운 작화

- 진엔딩

 

* 스포일러 O

 

 

공교롭게도 11월 신작에 에로게 창작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두 작품이나 있었습니다. 작중에서 야겜 만드는 야겜이 예전에도 몇 개는 있었지만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어요. 소재의 특성상 겜의 구조가 플레이어-주인공-작중 주인공 형태로 아름답게 구성이 될테니 제법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신선한 소재일까 하는데는 의문이 좀 있고 그래서 이 두 작품 중에서 야겜판의 사에카노로 불릴 수 있을만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기대 반 회의감 반으로 두 작품 중에서 '창작그녀' 예약을 걸었죠. 물론 그 기대에는 비주얼적 요소도 한 몫 했습니다. 알파 선생님이 참여하신 작품을 마지막으로 플레이해본 게 5-6년 전이었는데, 그 때는 제 취향에는 좀 미묘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 캐릭터 디자인이나 CG를 봤을 땐 감탄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비주얼과 스토리가 8할 이상인 야겜에서 이정도면 절반은 성공이지만 나머지 반쪽은 어떨까요.

 

본작에서 다루는 야겜 창작이라는 소재도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들이 성장해가는 스토리' 라는 틀에서 보면 흔한 소재긴 하지만-코노소라, 하레타카 등등..- 현실의 야겜 창작자 입장에서는 다루기 쉬운 소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창작자 본인들은 동종업계에서 활동하면서 경험을 많이 했으니 그만큼 깊이가 있는 이야기를 써 낼수 있고, 소비하는 유저층은 유일하고 명확하게 오타쿠밖에 없으니,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소재에 부담감도 없고 이야기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거죠. 실제로 체험판 분량 공통 루트를 플레이하면서 플레이어로서, 감상자로서 공감이 가는, 정곡을 찌르는 내용들이 야겜 크리에이터 캐릭터들의 대화에서 가벼운 네타로 재미있게 표현되다 보니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도 많았고, 앞으로의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후로는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이 히로인들과 교감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과정, 순수소설 작가인 히로인이 소설과 게임의 작법 차이에 혼란을 겪으면서도 성장해나가는 과정, 두 얼굴을 가진 히로인이 자신의 본심과 마주보는 과정 등을 수많은 주연, 조연 캐릭터들과 함께 호흡 짧은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 나가면서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조명합니다. 크리에이터라면, 크리에이터였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창작에 임할까, 어떤 삶의 방식을 추구할까, 각 캐릭터의 삶이 본작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죠.

 

본작의 수많은 캐릭터들은 그 수만큼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견지하고 있고, 크리에이터라는 존재에 대한 목적이나 의지, 가치도 다르게 매기고 있어요. 재능이 있거나, 없거나, 포기했거나, 대안을 찾거나.. 그 삶의 방식이 타인이 볼 때는 배드엔딩 같다고 보여지지만, 어떤 캐릭터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서사를 통해서,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다는 신념을 가질 때 비로소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게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본작이 전달하는 과정에는 좀 문제가 있어요. 전반적으로 얕은 묘사, 편의주의적 전개, 풀프라이스 야겜 치고는 너무나 적은 텍스트, 이해하기 어려운 진엔딩(트루엔딩) 배치 등등..

 

특히 진엔딩을 위한 연출은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만약 4명의 캐릭터가 있고 한 명의 캐릭터가 진엔딩 대상 캐릭터라고 한다면, 플레이어는 3명분의 기억을 쌓은 상태로 진엔딩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을 'YU-NO' 같은 겜처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경우도 있고, 시스템이 없다면 플레이어가 3명분의 이야기를 미리 읽어야 했던 이유를 게임 상에서 논리적으로 납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진엔딩은 이야기의 총화가 되기 때문에, 작가의 메세지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부분이고, 그렇기에 이 진엔딩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작가의 철학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청춘그녀' 의 3명의 루트를 클리어한 시점에서 왜 처음부터 아이사를 선택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어요. 이유가 없을 수는 있어도 납득 가능한 과정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는 기대도 빗나갔죠. 잘못된 전제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플레이어가 이해불가능한 영역으로 이탈했습니다. 결국 히로인은 메세지를 위한 도구가 되어 희생됐고요. 캐러게를 바라던 유저도, 스토리게를 바라던 유저도 만족시킬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이죠. 이건 결말이 바뀌었어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는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작가가 쓴 작품을 플레이해보지는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작가가 진엔딩에서 말하는 메세지를 플레이어들에게 관철시키려고 한건 아니라고 봐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작중에서 설파해왔던 긍정적인 메세지가 아무 의미도 없게 돼 버리는데,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저 선택지와 진엔딩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무지가 불러온 비극이 아닐까 싶어요. 망한 야겜들을 보면 그런 실수를 하는 작가들을 많이 접합니다. 잘못된 구조를 지적해줄 좋은 디렉터가 없으면 작가 스스로가 인지부조화에 빠진 채로 깔끔하지 못하게 작품을 마무리하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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