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nity's Life
평점 : 2 / 10
* 네타 무
2004년에 처음 발매된 Life 시리즈는 대표적인 바카게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초에 어떤 바카게를 플레이하며 매우 부정적인 면으로 신선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는데, 기억을 되짚어보면 저는 Life 시리즈의 첫 작품이 발매된 후로도 해당 시리즈를 꾸준히 접해왔으므로 바카게를 올해 초에 처음 접한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중요한 설정과 줄거리들만 기억에 남아 있고 그 외의 요소, 개그 포인트라거나 교섭이라거나, 그런 요소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밖에 없었던겁니다. 그런 요소들은 줄거리와 유리되어 있기에 이해의 영역에 있지 않아 오랫동안 기억하기가 어렵고, 즉흥적으로 소비되고 잊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플레이해보았던 바카게들이 다들 그러하듯이, 본작 또한 장르 특성 상 잘 기획된 엔터테인먼트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어뮤즈먼트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본작의 감상에도 개별 작품으로서의 감상 이전에 그 지긋지긋한 바카게 탬플릿을 씌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바카게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요? 우선, 유저들은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게임 속에는 잘난 주인공이 있고, 다른 개성을 지닌 히로인들이 있고, 깊은 사고를 요구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분기되는 복잡한 선택지가 없고, 결국 플레이어는 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본작 또한 그런 바카게 탬플릿과 구별되는 본작만이 가지는 이야기적, 작품적 특징이라고 할 만한게 없습니다.
물론 그런 특징들은 이번에는 본작의 컨셉과 잘 맞물리는 면모가 보입니다. 소재적 판타지 외에 특별한 갈등 요소가 없고 크게 무리하지 않는 전개와 텍스트를 채용하여 플레이하는 내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이 작중 내내 굴곡 없는 이야기를 즐기고픈 플레이어들에게는 본작을 플레이하는 것은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대개 그러한 작품들은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본작은 교섭의 센스가 좋고 개그 요소와 일상 파트를 적절하게 분배해서 크게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시리즈 전작들과 비교해보면 나름 이야기적 짜임새가 있었던 Like Life에서 이야기적 요소를 없애고 긴장감을 줄이며, 지루하며 무리한 이야기적 시도를 했던 바카게였던 Fairy Life에서 무리한 시도를 없앤, 그렇게 보면 본작은 전작들이 지닌 장단점들을 최신 트렌드에 맞게 뭉뚱그려 개수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본 시리즈를 좋아했던 유저들이나, 무난하고 밝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무난한 야겜을 원하는 일반적인 유저들에게는 추천까지도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트렌드를 따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지는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다양한 감상의 입장이 있겠지마는, 개인적인 감상관에는 야겜 또한 게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과 모든 이야기에는 감상을 느낄 수 있는 탐미성(텍스트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 양립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는 본작에 좋은 평을 줄 수 없습니다. 우선 게임으로서 성립하는 이야기에는 몇 가지 뚜렷한 전개와 결말이 있어야 하며, 플레이어는 그 진행과정을 연속적으로 선택하고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본작에는 플레이 가능한 요소가 거의 없으며, 각 히로인들의 이야기는 통합되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로 남겨지고, 그 이야기들은 사실상 다른 이야기와 구별되는 특색 있는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또한 굴곡 없는 이야기 속에서는 시종일관 인물들의 밝은 내면들이 비춰지나, 그것은 극히 일부의 이해에 불과합니다. 인물이 지닌 일부의 속성들만을 바라보고 캐릭터를 재단할 수 있을까요? 표면적인 이해에 기반한 감상이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요컨대, 바카게 크리에이터들의 강점은 순간의 재미를 잘 포착하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플레이어 친화적 플레이어블 게임이나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 생각이 없어보인다는게 바카게를 접한 후 바카게에 내리고 있는 일관된 평가입니다. 결정적으로, 그런 에피소드들의 총화는 아주 재미는 있겠지만 아릅답지는 않습니다.
그런 맹점이 바카게의 한계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모든 작품은 장르에 관계없이 좋은 게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바카게에 좋은 평을 한 적이 없고, 언제쯤 좋은 게임으로서의 바카게라는 물건을 접할 수 있을 지, 그 날은 아직도 요원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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