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타이틀 : RASK / Re:LieF ~親愛なるあなたへ~
발매일 : 16.10.28
장르 : ADV
원화:크로노미츠키, 시즈쿠 쇼이
시나리오:히라노 히라, 시즈쿠 쇼이, 에아루, 토베 아키라



평점 : 5 / 10



* 네타 없음



- 아마, 본 감상 내에서는 '재미없다'는 단어를 많이 쓸 것 같습니다. 본작에 대한 솔직한 첫 감상은 '재미없다' 였으므로, '재미있다' 는 단어를 자주 쓸 수는 없는겁니다. 그렇습니다. 본작은 개별 루트 평균 분량 250kb라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의 지루함을 극도로 유발할 수 있습니다. 왜 재미가 없는지 달리 말하면, 본작은 탬플릿 야껨적인 재미를 보장하지 않기에 그렇습니다. 코스 요리에서 애피타이저를 제공하는 이유는 메인 요리를 먹을 준비를 하기 위함이며, 물론 이것이 야껨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상당수의 기존 야껨에서는 초반 플레이어 이탈을 막기 위해 재미있는 일상 교섭, 그리고 각각이 하나의 복선이 되거나 혹은 단순히 소비적인 사건들을 준비하며 그 사건에 대처하는 인물을 통해 확고한 상으로서의 캐릭터를 만들어냅니다. 정형적인 순서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대개, 캐릭터가 1차적으로 완성되는 시점은 개별 루트 ED곡이 흘러나올 때(소비가 끝나는 시점) 쯤이 됩니다. 



이런 탬플릿이 시사하는 바들이 본작의 구조와 배치되는 점이 무엇일까 한번 생각을 해 보면, 첫째로, 독자가 작품 내의 사건을 접한 후 스스로의 관점에서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사건을 통해 이후의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독자가 만들어가는 게임은 성능 좋은 AI가 탑재된 리얼타임 게임 하에서도 구현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하물며 완벽하게 독자와 플레이어가 일치하도록 만드는 텍스트 게임을 만드는 것은 (좋은 예시들이 있었으므로)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제약이 있습니다. 자연스레 독자는 객관화된 시점에서 캐릭터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면서 어떤 의미를 찾거나 이후의 전개를 예측하며 재미를 얻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최종적으로는 연애의 성립이 목적인 야껨에서 캐릭터 게임은 캐릭터를 상징화된 어떤 '속성' 으로 나타내고 캐릭터를 게임의 의미로 규정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해석을 매우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습니다. 교섭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별개로 본작은 캐릭터 게임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가벼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없습니다. 



두번째로, 독자들은 캐릭터를 소비하고 싶어한다는 점입니다. 소설과 구별되는 야껨의 특징 중 하나는 선택지와 개별 루트가 있다는 것, 개별 루트의 존재 의의는 각 캐릭터를 소비할 수 있는 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매력적인 비공략 캐릭터에 대한 선호와 팬디스크 발매는 독자와 제작자간에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의 한 종류입니다.) 캐릭터의 소비는 독자가 캐릭터를 들여다보며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지며, 엔딩의 구조적인 의미는 한 캐릭터의 이야기가 끝난 순간 뿐만 아니라 독자가 캐릭터를 대부분 이해하고 소비가 완료될 수 있는 시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캐릭터를 소비한다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캐릭터의 소비형태 또한 작품에 종속되므로 다소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어떤 독자는 히로인의 외양이 맘에 들어서, CV가 맘에 들어서, 혹은 성격이나 속성이 맘에 들어서 그 히로인을 공략했을 수 있을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의 소비 양상이 있습니다. 어떤 독자는 히로인의 행동 양상, 심리와 같은 내면적인 요소들을 파고들고자 하는 소비 양상을 가집니다. 어떤 쪽이든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본작의 특징은,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는 것은 아닌데, 그 시기가 매우 늦다는 점입니다. 독자들은 각 개별 루트만을 통해 인물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불일치는 ED에서 캐릭터를 완전히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독자들에게 당혹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혹은, 다소 '뜬금없다' 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이런 방식을 채택했을 때 하나 눈여겨볼 점은, 필연적으로 매뉴얼 역할을 하는 트루 루트가 있어야 한다는 리스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방식은 플레이어를 매우 지루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고로 속어로 '트루 루트에 몰빵한' 작품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본작은 트루 루트에서 모든 캐릭터가 완성되는 통합형 이야기 구조를 가지지만 완벽한 캐릭터 소비를 위해서는 한번 더 개별 루트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다는 점이 본작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비록 본작이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와레메테)' 와 비슷한, 허술한 디셉션을 가지는 작품으로서 사실상 미스테리 요소는 양념에 불과하지만, 구조미를 감상의 한 조건으로 보는 제 입장에서 바라볼 때 본작의 구조는 작가가 게임적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끔 했습니다. 본작에서 개별 루트에서 두루뭉술하게 설명되었던 부분,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캐릭터가 완성되어가는 '과정' 은 트루 루트를 거친 후에 다시 한 번 읽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본작의 약점 또한 여기에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독자가 게임 내의 순환을 통해 이야기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즉, 트루 루트라는 매뉴얼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비약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이런 부분들은 감상을 방해하는 방해 요소가 됩니다. 한편 디셉션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사실 본작은 설정에 주목하는 작품은 아니고 심리 게임, 혹은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충실하는 작품에 가깝기에 이후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해서 평가를 깎을만 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역회귀는 본작의 효과적인 소비 방식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정형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한 본작의 선택지에 대해,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주도하도록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도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와레메테' 에서도 같은 불만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만, 미스테리 요소가 있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독자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가능성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등장 인물에 대한 배려가 있는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고 본작도 그런 부류의 작품 중의 하나이긴 합니다만, 개별 루트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을 조금 더 이어나가자면, 개별 루트의 퀄리티 차이가 아쉬웠습니다. 멋드러진 표현이 없더라도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구체적인 묘사가 가능하기에 등장 인물의 캐릭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것입니다만(그 중 하나는 작중에서 표현되는 인물의 감정의 진폭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방법을 취한 한 명의 히로인 이외에는 괄목할만큼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었다는 것, 결국 나머지 인물은 독립적인 듯 하지만 본작의 메세지에 종속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제 입장은 그렇습니다. 본작이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와 본작이 안고 있는 희망적인 메세지, 그리고 그 표현 구조는 아름답지만 그 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그 빈 부분을 채워주는 캐릭터라는 요소는 다소 공허한게 아닐까. 결국 '재미없음'의 원인은 그 쪽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본작의 강점을 하나 칭찬하고 넘어가자면, 최근의 야껨은 시나리오만큼 겉으로 보이는 부분도 중요한데, 본작은 CG나 연출에 상당히 힘을 쓴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사실 대부분의 잠재적 유저들이 본작에 주목한 이유는 본작이 그 동안 야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퀄리티의 CG들을 내세워서 홍보를 했기 때문이지요. CG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배경의 퀄리티는 업계 최고 중의 하나인 minori社의 배경에 비견될 만 합니다. 연출의 경우에는 시나리오와 결부되어 감상을 유발하는 연출은 드물고, 예쁜 배경을 통한 적절한 연출이 소소한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역시 본작의 주안점은 구조분석과 각 인물들의 성장, 본작이 전하는 메세지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따로 한 번 정리를 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좋아하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하다 보면 지루해지는 작업이고, 글로 정리하기에는 굉장히 길어질 것 같으므로.. 언제 시간이 되면 천천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그 때까지 애정이 식지 않는다면, 혹은 더 좋은 작품을 접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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