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 하트 - 주절주절
발더 하트 올클리어 후 드는 이런저런 생각을 끄적여보고 싶네요. 두서도 없고 네타도 없을겁니다.
발더 시리즈 최신작인 발더 하트가 2년만에 돌아왔습니다. 발더 스카이 제로가 있었으니 2년이 맞지만.. 발더헤드의 정식 시리즈로서는 7년만이지요. 발더 시리즈는 첫 작품으로부터 17년, 발더 포스로부터는 14년동안 이어지고 있는 나름 장수 시리즈로,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점들이 개선되고 변화되어 왔습니다. 만, 예전에 발더 시리즈를 돌아보면서 발더 하트에 대한 기대를 피력한 적이 있었는데, 발더 하트는 발더 스카이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발더 하트는 발더 스카이가 얼마나 훌륭한 작품이었는지를 인정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발더 제로 수준은 아니고, 좋은 작품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감정이 들기는 했습니다. 푸념만 하려는건 아니고요, 감상도 아니고 리뷰도 아니고 뭐, 주절주절 해보려고 합니다.
설정을 좀 살펴보자면, 발더 하트는 발더 스카이 본편의 시대에서 1-2세기가 지난 시대입니다. 하트를 하기 위해서 스카이를 굳이 플레이 할 필요는 없지만(제작진의 입장도 그러합니다), 발더 포스-발더 스카이의 관계와 발더 스카이-발더 하트의 관계는 약간 다릅니다. 발더 스카이를 재밌게 플레이하기 위해서 발더 포스를 플레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카이 자체가 발더 시리즈의 설정집에 가까우니까요. 전작과의 접점이 있기는 하지만, 본편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발더 하트를 재밌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발더 스카이를 미리 플레이해두는게 좋습니다. 하트의 시대는 스카이의 시대를 거쳐 오면서 큰 변화가 없었고, 거의 모든 설정은 스카이로부터 유래합니다. 발더 하트의 분량이 짧은 탓에 세세한 설정을 다시 설명할 여유가 없고, 작중 인물들은 설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유리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작중에 등장하는 각종 기구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나노 기술 및 어셈블러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위험성을 안고 있는지, 와이어드 고스트가 무엇인지, 1-2세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발더 시스템이 무엇인지, AI는 어떤 존재이고 발더 세계관의 넷 법칙은 어떠한지, 하트는 이런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만, 저런 설정들은 직간접적으로 언급되면서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트는 포스와의 관계 또한 정립하고자 합니다. 포스와 스카이는 같은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답을 주지는 않습니다만, 하트에서는 발더 세계관이 포스-스카이-하트의 시대순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스 시대의 사건을 꾸준히 언급함과 동시에,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말이죠. 궁극적으로 발더 하트는 발더 세계관을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런 부분은 발더 시리즈의 팬으로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구요. 그런데, 없는 진입장벽을 굳이 만들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신규 유저 입장에서 하트는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면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하는 의문도 들고, 재미를 100% 느끼지 못 하지 않습니까?
한편, 발더 시리즈의 강점인 연출, 이야기에 전투를 녹여내는 능력은 여전히 출중합니다만, 그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한 이야기의 버라이어티는 오히려 줄어버렸습니다. 부단히 뛰어다니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가며 성장하던 전작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긴장감을 유발하는 주변 인물 조성과 강제성이 그다지 없고, 성장하는 면모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인공 보이스를 반토막냈습니다! 발더 시리즈는 그 당시의 트렌드를 잘 캐치하므로 14년동안 변해온 트렌드의 영향도 없지 않아 있겠습니다만, 다양한 상황 연출을 통해 게임성을 극대화하는 강점이 다소 죽어버린 점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이 부분은 이야기가 짧다는게 변명은 안 되겠죠. 중심 이야기의 진행 템포도 조금 나쁘다는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취향적 문제가 아니라, 버라이어티 증대 및 시나리오 템포 조절을 위해서 히로인 한 명 정도 늘리는건 매우 적절한 선택이 되었을 것이라 봅니다) 그래도, 최소한 이야기에 일관성은 있고, 끔찍했던 제로2의 설명충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잡다한 요소를 둘러보자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변화점은 병기소녀의 등장이겠지요. 무기 대신 병기소녀를 통해 무기를 쓰는 방식인데, 이게 왜 이렇게 됐냐 하는걸 알아가고, 병기쨩들이랑 지내다 보면 되다 보면 좀 웃긴(..) 면이 많습니다.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건 아니지만 각 장마다 다른 대사로 20-30명쯤 나오는 병기쨩들 각각이 각자의 개성을 어필하는걸 보면 트렌드는 정말 잘 캐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편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게 어디겠습니까. 그런데 무기 노가다가 너무 심한게 문제랄까요. 전우 스테이터스란게 있는데, 이걸 전부 채우려면 정말 노가다의 끝장판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기체 스펙은 당연히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업그레이드 되는 중입니다. 보스의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게 아니라 주인공 기체 성능이 너무 호구같아서 보스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눈물겨운 상황을 연출한 토오루, 포스크래쉬가 자동으로 발동된다는, 기체에 심각한 버그가 있었던 에드워드는 물론 격추왕 코우의 기체보다 성능 자체는 좋습니다. 중위였던 코우에 비해 계급은 병장밖에 안 되니 본래 실력이 어떤지 의문스럽기에, 이는 거의 병기쨩들의 덕분이라고 볼 수 있겠죠. 실제로도 그러한 언급이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스펙이 좋아졌냐 하면 사실, 캔슬 기능 강화 및 페이 액션이란게 추가됐다는것밖에 없지만 이게 정말 중요한게, 제로는 점프 기능이 있었지만 포스나 스카이는 탈출기를 넣기 위해서 무장 자리를 하나 손해를 봐야 했습니다. 포스에서는 점프 미사일, 스카이는 태클&공중 태클을 사용했었는데, 하트는 페이 액션에 다양한 탈출기나 추가 공격 옵션을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죠. 12개의 기본 무장 + 2개의 포스 크래쉬 + 1개의 페이 액션, 총 15개의 무장칸을 제공합니다. 고난이도 극복이나 서바이벌 모드를 위해서 페이 액션에는 탈출기를 넣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부스터를 사용한 캔슬 기능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타이밍을 맞춰야 제대로 캔슬이 되는 단점이 있고, 페이 액션은 딜레이가 거의 없다 보니 긴박한 상황에서의 순간적인 컨트롤에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체 스펙이 좋아진게 원인일까요, 전체적인 난이도는 조금 내려갔습니다. 하드부터 적 기체수 대폭 증가 및 반응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지랄맞은 옵션이 여전히 붙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이도는 전작들에 비해 낮습니다. 최종보스도 별거 아니고. (하드 기준. 베리하드부터 상당히 어려워지긴 합니다만 그거야 뭐 전 시리즈 동일한 이야기고)
결과적으로는 뭐.. 하트는 포스&스카이 미만 (넘사벽) 제로 정도랄까요. 하트에서 스카이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 되겠지만, 하트를 하트 그 자체로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중구난방으로 시나리오를 펼치지 않고 소재 내에서 이야기를 잘 정리하는 모습이 히에이 무라사키의 역량은 여전히 건재하다는걸 잘 보여줍니다. 캐러게 시대의 트렌드 캐치도 굉장히 잘 했고요. 게임성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편이고. 스카이 뽕은 너무 강해서 문제지만 하트도 충분히 뽕을 맞을 만 합니다.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야겜 한줄평 결산 & 잡설 (0) | 2022.01.06 |
---|---|
블로그 이전 완료 (0) | 2016.07.01 |
여름 플레이 예정 작품들에 거는 기대치 (0) | 2016.06.30 |